이곳은 애서가의 꿈을 실현시켜줄 것만 같은 도서관이다. 2017년 중국의 해안도시 톈진에 문을 열자 소셜미디어로부터 홍수 같은 주목을 받았다. 뒤이은 엄청난 찬사는 공간의 멋진 구조를 생각할 때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것도 존재한다. 어떤 것들은 보이는 것과 영 다른 본질을 지니고 있을 때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본질을 추구하고자 하는 철학이 필요하다.
네덜란드의 건축회사 MVRDV가 디자인한 이 인상적인 건물은 3만 3천700m² 넓이에 5층 높이로 이루어진 문화센터로, 빛나는 구형 강당을 시작으로 건물의 모든 벽은 천장부터 바닥까지 내려오는 책장으로 이루어졌다. 물결 모양의 책꽂이는 건물의 주요 공간 장치이며 공간을 계단과 좌석, 층, 그리고 천장을 만드는 데도 이용된다. (…)
도서관의 현대적인 디자인은 의심할 여지 없이 아름답다. 하지만 여기에는 의외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이 멋진 문학 창고에 진열된 책은 대부분 실제 책이 아니다. 책꽂이 상단의 책들은 책더미 이미지들을 인쇄해 붙인 것으로 겉으로는 책이 전시된 것처럼 보인다. 극도로 짧은 공사 일정으로 인해 아트리움 뒤쪽에 있는 책꽂이 상부로는 진입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계획은 건축회사인 MVRDV의 조언과는 전혀 상관없는 현지의 일방적인 변경이었다. 따라서 상단의 선반으로 진입은 아예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아마도 도서관이 제시하고자 하는 책에 관한 완전한 비전은 미래에나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는 그저 책 표지로 인쇄된 알루미늄판이 선반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100만 권 이상의 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도서관은 고작 20만 권만을 보유하고 있다. (…)